직장생활을 연구소에서만 보내다가
명예퇴직 후 부동산을 오픈하고 진짜 사회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대기업이라는 온실 속의 화초로 평생을 보내다가 지옥이라고 하는 사회로 나오니,
직장생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오늘은 사회생활이 짧은 젊은 분들과의 사이에 있었던 계약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다가 결혼하고 스스로 살아가면서
사회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만,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어떨 때는 너무나 안타까운 실수들을 하기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번 건은 제가 2일 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건입니다.
소형 아파트 전세 의뢰가 들어오고 광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전세가 쉽게 거래가 되지 않으면서,
만기가 조금씩 다가오니 임차인 분도 전화를 해서 압박을 가해 왔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이사 갈 집을 먼저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전세 거래가 너무 안 된다,
지금 살고 계시는 집 상태도 동일 평형에서는 좋은 편에 속하고 가격이 최저가인데도 거래가 안 되는데
만일 미리 계약했다가
잔금 때까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나가지 않으면
잔금에 문제가 생기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많은 젊은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전월세 만기가 되면 임대인이 법적으로 돈을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을 많이 하십니다.
맞습니다. 법적으로는 돌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몇억이나 되는 전세자금을 은행에 예금해두고 계시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만 돌려줄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주장하시는 바가 맞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몇 번을 설득해서 겨우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 전세 수요가 시장으로 많이 나오면서 드디어 계약을 원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문제는 신규 임차인이 원하는 입주 기간이 한 달도 안 된다는데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공실 상태의 주택도 많기에 한 달도 충분하기는 하지만,
통상 공실 상태에서 거래되지 않고 있는 집들은 두 가지 경우입니다.
올수리 중이었던 것이거나, 수리가 전혀 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수리 중이었던 매물이야 수리 후 입주이므로 상태도 좋고 문제없으니 수리 일정에 문제만 없으면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수리 안된 공실만 시장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최저가로...
토요일이므로 나가서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집이 그 날짜에 가능하다면 이야기를 해주면,
동시에 계약 진행하면 된다고 전달하고 알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한참을 지나서 전화가 왔습니다.
계약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계약을 했냐고 질문하니 계약은 안 했지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럼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확답을 받고, 신규 임차인 분과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문자가 왔습니다.
미음에 드는 집이 약속한 날짜보다 일주일 늦게 입주 가능한 게 있는데 그걸로 계약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바로 전화를 해서
아직 계약 안 했느냐고 물으니, 수리 잘된 집에 가고 싶어서 더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합니다.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날짜 변경을 계약 당사자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당연히 날짜 변경이 안 된다고 했더니
그럼 계약 해지하고 다른 사람하고 계약하면 되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속으로 헉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그렇게 해지하려면 계약금의 두배를 돌려줘야 하는데 해지가 되겠느냐고 거꾸로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 2일 뒤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그 중간에 원하는 날짜에 입주 가능한 매물을 찾아서 문자로 넣어주곤 했습니다.
방금 계약하고 왔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돼서 무엇을 최선을 다했느냐고 하니
계약하기로 약속한 날에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노라고 ㅠㅠ
비숫하게 맞추는 게 아니라, 약속한 그 날짜로 계약을 해야 하는데
며칠로 계약을 했느냐고 질문하니, 하루 전으로 계약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잔금을 받지 않고 하루 일찍 나가면 들어가는 집 잔금을 칠 수 있느냐고 질문하니,
당연히 보증금을 받아서 나가야 하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임대인은 그다음 날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돈을 받는데 어떻게 하루 전에 돈을 만들 수 있느냐고 하니
자기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계약이라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번 계약을 하게 되면, 그 계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고 싶은 쪽에서 모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계약입니다.
심할 경우 손해배상 청수소송까지 들어올 수 있는 것이 계약이라는 행위입니다.
하루 차이인데 뭘 그러느냐는 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결국 신규 임차인에게 급하게 연락을 해서 하루를 당길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했으나,
이미 그쪽도 해당 날짜로 신규 임차인이 계약이 되었고,
은행에도 대출 서류가 모두 들어간 상황이라서 날짜 변경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은 임대인과 하루짜리 대출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분에게 본인이 하라고 해서 계약한 것이니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해라 하기에는 너무 가혹해 보여서 대출을 백방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대출이 하루를 빌려주는 곳은 없습니다.
결국 대출을 하고 하루 후에 갚게 되면 중도상환 수수료 등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겨우 돈을 만들어서 내보내기로 되었기는 한데,
그 젊은 분이
부동산과 임대인이 본인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마음고생까지 한 것을 알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전세가 빠르게 소진되지 않을 때에는,
전세 만기가 다가온다고 옮길 집을 미리 계약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기존 집이 계약되면 그 날짜로 집을 구해야 합니다.
또 다른 짧은 이야기입니다.
요즈음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전세 대출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집을 본 후 마음에 들면 계약하겠다고 하는데, 조건을 붙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예정인데,
만일 대출이 안 되면 계약금을 돌려주는 특약을 적어 달라고 합니다.
요즈음 들어서 이런 요구가 급증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엉터리 조언이랍시고 인터넷에 올린 듯합니다.
전세 계약이 되면,
기존 세입자분은 그 날짜로 나갈 집을 구하여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규 임차인이 갑자기 대출이 안 된다고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받아가면,
기존 임차인의 잔금은 누가 구해 줄 수 있을까요?
이러한 특약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가 없는 특약입니다.
본인 만을 생각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전세는 모든 사람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기존 살던 집에서 보증금을 받아서, 새로 들어갈 집으로 잔금을 치르고
이 잔금은 그 집의 기존 임차인이 받아서 새롭게 이사 갈 집의 잔금으로 사용되고,
이러한 이사 갈 집의 기존 임차인은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새로운 집에 들어가고
이 집의 기존 임차인은 이 보증금으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연결 중에서 본인만을 생각하고 계약을 파기하면
그 이후 이어져야 할 흐름이 모두 끊기게 되고 이사에 지장을 받는 분들이 수십 명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그것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며
만일 지키지 안거나, 지키지 못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은 모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쪽에서 감당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계약을 하기 전까지는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 절충이 끝나고 계약이 된 후에
추가되는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계약 전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모두 요구하고 불편한 마음이 없이 계약이 되어야
후회하지 않는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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